게임 이론과 자존심은 경쟁적 공간에서 집단의 최고와는 맞서지 말 것을 명한다.
1960년대 초반 렌터카 회사인 에이비스(Avis)가 시작한 광고 캠페인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자리했다. “우린 2등(No. 2)입니다. 우린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

광고 캠페인을 이끈 에이전시들은 도일(Doyle) , 데인(Dane) , 번벅(Barnbach)으로서 번벅은 식탐 장의 “문제를 보여준다” 부분에서 언급한 폭스바겐 광고를 낳은 바로 그 광고 에이전시였다. 에이전시는 각 광고의 초점을 에이비스의 경영 철학을 솔직하고 진실하게 밝히는 데 뒀다. 이러한 접근은 당시로서는 충격적으로 신선한 방식이었고, 해당 브랜드에 경이로운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캠페인을 시작한 후 일년이 흐르자 에이비스는 사상 처음 흑자를 달성했다. 4년이 지나자 시장 점유율은 11퍼센트에서 35퍼센트로 성장했다. “우리는 더 열심히 노력합니다”라는 핵심 구절은 50년 동안 자리를 지키다 2012년에야 대체됐다. 오늘날 에이비스는 더 이상 하룻강아지로 보이지 않는다.
2등이라는 위치에서 에이비스가 거둔 성공의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이 이유는 우리가 어떠한 식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행하는지에 주로 관련돼 있다.
1966년 엘리엇 애론슨(Elliot Aronson)은 사람들 사이의 상대적 호감도를 연구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대학 퀴즈쇼를 위한 오디션에 참여한 사람들을 녹음한 테이프를 듣게 됐다. 참가자들이 듣는 테이프는 거의 완벽한 지원자(우등생이자 육상경기팀의 일원으로서 제시된 문제의 92퍼센트를 맞춤) 아니면 중간 정도의 지원자(제시된 문제의 30퍼센트를 맞췄는데, 지원자의 학력을 고려했을 때 전혀 특출할 게 없는 성적이었다)를 녹음한 것이었다. 각 조건에서 실험 참가자들 중 절반은 인터뷰 막바지 즈음에 오디션 지원 학생으로 보이는 인물이 자기 옷에 커피를 실수로 쏟는 상황까지 추가로 듣게 됐다.
바로 이 실수가 차이를 불러왔다. 네 실험 조건 중(거의 완벽한 학생, 실수를 한 거의 완벽한 학생, 중간 정도 학생, 실수를 한 중간 정도 학생)에서 월등한 실력의 사람은 실수를 했을 때 최고로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받았고, 그다음은 실수를 하지 않은 월등한 실력의 사람, 그 다음엔 실수를 하지 않은 중간 정도의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수를 한 중간 정도의 사람순이었다. 따라서 커피를 쏟은 행위 자체가 매력의 정도를 올린 것은 아니었다. 커피를 쏟은 중간 정도의 사람은 덜 매력적인 것으로 평가받았으니 말이다. 그보다는 애론슨이 제시한 설명처럼 높은 수준의 능력이 한 사람의 매력을 더해주긴 하지만 그가 살짝 빈틈을 보일 때 우리는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우월한 사람의 작은 실수는 그에게 인간미를 더하고 그를 다가가기 더 쉬운 사람으로 보이게 하며, 우리의 자존심에 상처는 덜 내면서도 더 큰 호감을 품을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세상에 드러나게 된 실수 효과(엉덩방아 효과, pratfall effect)는 여성보다 남성에 더 해당된다. 또한 실수 효과는 관찰자가 실수를 저지른 사람과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비교되는 느낌을 받을 때 더욱 강해진다. 만일 평가 대상인 사람이 관찰자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로 우세한 인물일 때는 관찰자는 실수를 하지 않는 월등한 사람을 더 선호하게 된다.
더욱 최근의 연구에서는 사람은 실제 자신의 모습을 지니기보다는 자신이 되고 싶은 인물을 모방하는 사람에게 제일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 드러난다. 하지만 사람을 어떻게 “레이트(평가(rate))”하는지와 누구와 실제로 “데이트”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적인 매력 수준과 어울리는 상대와 데이트를 한다.
이를 다시 말하면 사람들의 갈망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상상하는 자아에 부합하는 대상으로 향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신의 실제 모습에 더 가까운 대상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 효과는 온라인에서 두드러진다. 평상시 우리는 데이트 사이트나 만남 주선 회사들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특별히 알지 못한다. 온라인 만남 주선 사이트인 오케이큐피드(OKCupid.com)의 공동설립자 크리스챤 러더(Christian Rudder)는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낸 재미있는 행동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게시했다.
이 사이트의 회원은 상대방의 매력도를 5점 만점으로 평가하게 돼 있다. 러더가 찾아낸 한 가지 사실은 매력도 평점의 평균을 놓고 봐도 몇몇 여성 회원은 다른 회원보다 훨씬 더 많은 메시지(호감의 척도)를 받는 것이었다.
남성들로부터 현격하게 더 많은 수의 메시지를 받는 여성 회원은 평점 항목 중에 더 극단으로 치우친 점수(1점이나 5점 쪽인 평점)를 받은 이들이었다. 이들과 평균 평점은 동일하지만 각 평점 결과가 평균적으로 한 점수 대에 몰려 있는 여성 회원들은(4점 대의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라도) 메시지를 더 적게 받은 것이다. 러더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떤 남자들이 한 여자를 못생겼다고 생각하면 다른 남자들이 그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은 더 올라간다. 남자들이 한 여자를 귀엽다고 생각하면 다른 남자들의 관심은 덜하게 된다.”

러더는 게임 이론(game theory)을 이용해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만남 주선 사이트의 남성 회원은 한 여성이 받은 1점이나 2점을 보고 그녀에 대한 다른 남성 회원들의 흥미가 덜하다는 낌새를 채면 이를 경쟁이 덜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 남성이 한 여성의 평점이 주로 4점에 몰려있는 것을 볼 때는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따라서 러더가 전하는 충고는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성 싶은 것을 오히려 크게 드러내라는 것이다. “이제 결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수학적인 증거가 나왔다. 만약 여러분이 조금 통통하다면 숨기지 말고 이를 강조해라. 코가 커도, 강조해라. 이상한 덧니가 나 있으면, 역시 강조해라. 통계학적으로 보면 이런 점들이 싫은 남자들이야말로 결국 여러분에게 유익한 존재이고, 또한 이런 점들이 좋은 남자들의 설렘은 더욱더 부풀 것이다.”
이상적인 바람이야 어찌됐든, 결국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가장 나은 상대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호감이 가는 상대를 택하게 된다는 점이 게임 이론과 자존감 모델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2등이라는 자리에서 이득을 보는 방법
- 공략해야 하는 고객의 대부분이 남성이며, 이들이 여러분을 너무 완벽한 존재라고 인식하는 경우 고객의 자존감을 비교적 증진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함으로써(실수 효과) 고객이 여러분에 대해 더 큰 매력을 느끼게 할 수 있다.
- 극단으로 치우친 의견을 부추기는 제품/서비스의 경우, 사람들이 맘껏 징징대게 놔둔다. 누군가에겐 싫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겐 너무 좋은 것일 수 있다.
- 최고로 좋은 1등 옵션을 택할 때보다 여러분이 제시하는 옵션 중 하나를 고를 때 고객의 경쟁이 어떻게 덜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더 적은 대기 시간, 더 짧은 배달 시간, 더 낮은 비용 등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고객의 만족도 보장돼야 한다.